플라스틱 4부작 중 2편 — 1편: 당신은 평생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먹을까?
2592년 어딘가의 해양학자가 바다 밑을 채취합니다. 퇴적물 샘플 안에서 거의 원형에 가까운 무언가가 검출됩니다. 분석 결과, PET 중합체. 2026년 제조. 제조된 지 566년이 지났지만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 우리가 흔히 쓰는 투명 페트병 소재)의 분자 골격은 여전히 식별 가능합니다.
이것은 SF가 아닙니다.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를 적용했을 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만약 임진왜란(1592년)이 한창이던 때 페트병 하나를 바다에 버렸다면, 지금쯤 썩었을까요?
INPUT
변수 1: 페트병 1개 질량
500 mL 생수 PET병 기준입니다. Plastics Europe 2022 재료 데이터베이스 및 NAPCOR(National Association for PET Container Resources — 미국 PET 용기 재활용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500 mL PET병의 표준 질량은 20–30 g 범위이며 중심값은 약 25 g입니다.[1] 중심 추정값입니다.
변수 2: PET 밀도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의 결정화 밀도는 1.38–1.40 g/cm³, 비정질(랜덤하게 배열된 구조) 밀도는 1.33 g/cm³입니다.[2] 이 글은 일반 음료 용기에 사용되는 반결정 PET의 중심값 1.38 g/cm³를 사용합니다.
비교를 위한 주요 폴리머별 밀도:
| 폴리머 | 약자 | 밀도 (g/cm³) | 주요 용도 |
|---|---|---|---|
|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 PET | 1.38 | 페트병, 섬유 |
| 고밀도 폴리에틸렌 | HDPE | 0.95 | 세제 용기, 파이프 |
| 폴리프로필렌 | PP | 0.90 | 빨대, 식품 포장 |
| 폴리스티렌 | PS | 1.05 | 스티로폼, 일회용 컵 |
| 폴리락트산 | PLA | 1.24 | 생분해 용기, 식기 |
변수 3: 완전 분해 추정 연수
이 수치는 이 글에서 가장 불확실한 변수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NOAA(미국 해양대기청) 해양쓰레기 프로그램조차 플라스틱의 완전 분해 기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3] 플라스틱이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된 것은 1950년대부터입니다. "완전 분해"를 실측한 연구는 지구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추정치는 모두 실험실 가속 열화(accelerated aging — 고온·자외선 등으로 노화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유도하는 실험) 결과를 장기간으로 외삽(extrapolation)한 것입니다.
Andrady(2011)는 『Marine Pollution Bulletin』에서 주요 폴리머의 해양 환경 분해 추정치를 검토했으며, PET 약 450년을 추정 범위의 중심값으로 제시했습니다.[4] 단, 이 값은 "추정(estimate)"이며 문헌에 따라 "수십 년"에서 "1,000년 이상"까지 편차가 큽니다.
| 폴리머 | 해양 환경 분해 추정 연수 | 분해 완료 예상 연도 (2026년 버린 기준) |
|---|---|---|
| PET | ~450년 | 2476년 |
| HDPE | ~500년 | 2526년 |
| PP | ~400년 | 2426년 |
| PS | ~450년 | 2476년 |
| PLA (해양) | 수백–수천 년 | 불확실 |
| PLA (퇴비화 시설) | 수개월–수년 | — |
PLA(폴리락트산 — 옥수수 전분 등 식물 유래 원료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항목이 눈에 띕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해양 환경에서는 분해 속도가 일반 플라스틱과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퇴비화(composting) 시설의 고온·고습 조건에서는 수개월 만에 처리되지만, 바다에 버리면 그 이름이 무색해집니다.[5]
변수 4: 환경 보정 계수
분해 속도는 환경에 크게 의존합니다. 자외선(UV)과 산소가 결합하는 광산화(photo-oxidation — 빛 에너지로 폴리머 사슬을 끊는 반응) 반응이 가장 활발할 때 분해가 빠릅니다. 매립지 지하는 UV가 차단되고 산소 공급도 제한적이므로 분해가 수 배 이상 느려집니다. Royer 외(2018)는 해양 표면과 매립지 조건 사이의 분해 속도 차이를 보정하는 실험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6] 단, 이 보정 계수는 실험 데이터가 극히 부족하므로 추정치임을 명시합니다.
변수 5: 입자 크기 (파편화 기준 크기)
Thompson 외(2004)가 『Science』에서 처음 "microplastics(미세플라스틱)"라는 용어를 정의할 때 기준으로 삼은 크기는 5 mm 이하입니다.[7] 이 글은 5 mm(육안으로 보이는 파편)에서 1 μm(마이크로미터 — 박테리아 크기와 유사한, 나노플라스틱의 경계) 범위의 네 가지 크기를 사용합니다.
변수 6: 역사 기준점
임진왜란은 1592년(선조 25년) 일본의 조선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입니다. 이 시점부터 2026년까지 434년이 경과했습니다.
FORMULA
1단계: 파편화 입자 수 공식 — 차원 분석 포함
페트병이 균일한 한 변의 길이 인 정육면체 입자로 완전히 쪼개진다는 A안(정육면체 모델)을 채택합니다. 가장 계산이 투명하고 민감도 분석이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차원 분석(단위 검증). 수식이 맞는지 단위만 따라가 확인합니다.
분자와 분모의 단위가 정확히 상쇄되어 는 순수한 개수가 됩니다.
B안(구형 모델) 병기: 실제 파편은 정육면체가 아니라 불규칙한 형태입니다. 구형(반지름 )으로 가정하면 부피가 으로 정육면체()보다 작아지므로 입자 수는 더 많아집니다.
구형 가정 시 입자 수가 약 1.91배, 즉 약 2배 많아집니다. 이 글은 계산 투명성을 위해 정육면체 A안을 기준으로 합니다.
2단계: 입자 크기별 대입 계산
기준값: ,
cm (5 mm — 미세플라스틱의 상한 크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cm (1 mm):
모래알 수준의 파편 1만 8천 개. 이것이 위젯의 기본값이기도 합니다.
cm (0.1 mm):
약 1,800만 개. 육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cm (1 μm — 나노플라스틱 경계):
약 18조 개입니다.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패턴이 선명해집니다.
| 입자 크기 | (cm³) | (정육면체 모델) | 직관 비교 |
|---|---|---|---|
| 5 mm (0.5 cm) | 0.125 | ~145개 | 손으로 셀 수 있음 |
| 1 mm (0.1 cm) | 0.001 | ~18,116개 | 모래알 수준 |
| 0.1 mm (0.01 cm) | 10⁻⁶ | ~1.81×10⁷개 | 서울시 전체 모기 수 수준 |
| 1 μm (10⁻⁴ cm) | 10⁻¹² | ~1.81×10¹³개 | 인체 세포 수(~3.7×10¹³)의 절반 |
3단계: 핵심 민감도 — 법칙
는 의 세제곱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입자 크기 가 10배 줄어들면:
입자 크기가 10분의 1이 되면 파편 수는 1,000배 증가합니다. 5 mm에서 1 μm까지 이동할 경우 전체 배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 1,250억 배입니다. 페트병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완전히 파편화되면, 그 조각은 1,250억 배 더 많아져 더 넓은 면적으로 퍼집니다.
4단계: 타임라인 계산
완전 분해 예상 연도와 잔여 기간을 다음 두 식으로 구합니다.
임진왜란 훅 계산: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1592년)부터 지금까지 434년이 흘렀습니다. PET의 추정 분해 기간은 450년입니다. 계산하면 2042년에 완전 분해가 마무리됩니다. 지금(2026년) 기준으로 아직 16년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2026년) 버린 PET병 환경별 분해 시점:
| 환경 | 보정 계수 | 총 분해 기간 | 완전 분해 예상 연도 |
|---|---|---|---|
| 해변/표면 (UV 가속) | 0.5 | 225년 | 2251년 |
| 해양 (기준) | 1.0 | 450년 | 2476년 |
| 매립지 (지하, UV 차단) | 5.0 | 2,250년 | 4276년 |
독자 사후 잔류 기간 (년, 해양 기준):
오늘 버린 페트병이 해양에 들어갔다면, 독자가 50년 후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400년 더 어딘가를 떠돌거나 해저에 가라앉아 있을 것입니다.
5단계: "썩는다"는 단어의 두 가지 의미
플라스틱 "분해"는 두 과정을 혼용합니다.
- 파편화(fragmentation): 물리적 마모, 광산화, 가수분해(hydrolysis — 물과의 반응으로 분자 사슬을 끊는 과정)로 크기가 작아지는 과정. 폴리머 분자 골격은 그대로 남습니다.
- 완전 생분해(mineralization): 폴리머 탄소가 미생물에 의해 CO₂와 H₂O로 전환되는 과정. 폴리머 구조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NOAA와 Andrady(2011)가 추정하는 분해 연수는 대부분 파편화 기준입니다.[4] 완전 생분해까지의 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거나, 일부 폴리머에서는 사실상 측정 불가 수준으로 깁니다.[8] 따라서 이 글의 타임라인은 낙관적(짧은) 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해된 것처럼 보여도 폴리머 사슬은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OUTPUT
핵심 수치를 정리합니다.
| 시나리오 | 결과 |
|---|---|
| 임진왜란(1592) 때 버린 PET병 분해 완료 | 2042년 (잔여 16년) |
| 오늘(2026) 버린 PET병, 해양 기준 | 2476년 |
| 오늘(2026) 버린 PET병, 매립지 기준 | 4276년 |
| 1 mm 기준 파편 수 (25 g PET) | ~18,116개 |
| 1 μm 기준 파편 수 (25 g PET) | ~1.81×10¹³개 |
| 독자 사후 잔류 기간 (잔여 수명 50년, 해양) | 400년 |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끌고 한산도 앞바다를 지켰던 그 시절에 페트병 하나가 버려졌다면, 지금 막 분해가 끝나 가는 중입니다. 그것이 "썩어 사라진다"고 표현하는 것은 반쪽짜리 이야기입니다. 폴리머는 파편화될 뿐, 탄소가 CO₂로 전환되는 진짜 소멸까지는 훨씬 더 깁니다.
1 μm 기준 파편 수 약 1.81×10¹³개는 인체 세포 수(약 3.7×10¹³개)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페트병 하나가 나노플라스틱 크기로 완전히 파편화되면, 그 조각은 우리 몸의 세포 절반에 맞먹는 수로 증가합니다. 그 파편들이 어떤 경로로 생물체에 흡수되고 체내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이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참고문헌
[1]: NAPCOR & APR (2022). 2021 Report on Post-Consumer PET Container Recycling Activity. National Association for PET Container Resources. https://napcor.com/reports-resources/ — 500 mL PET병 표준 질량 20–30 g, 중심값 25 g.
[2]: Brandrup, J., Immergut, E. H., & Grulke, E. A. (Eds.) (1999). Polymer Handbook (4th ed.). Wiley-Interscience. — PET 밀도 비정질 1.33 g/cm³, 결정질 1.455 g/cm³, 반결정 1.38 g/cm³. HDPE 0.941–0.965 g/cm³, PP 0.899–0.920 g/cm³, PS 1.04–1.065 g/cm³, PLA 1.21–1.25 g/cm³.
[3]: NOAA Marine Debris Program (2023). How Long Does Marine Debris Last?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https://marinedebris.noaa.gov/info/plastic.html — “There is currently no definitive answer on how long plastic lasts in the marine environment.” (현재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한 확정적 답은 없음.)
[4]: Andrady, A. L. (2011). Microplastics in the marine environment. Marine Pollution Bulletin, 62(8), 1596–1605. https://doi.org/10.1016/j.marpolbul.2011.05.030 — PET 약 450년, HDPE 약 500년, PP 약 400년 추정; 이 수치들은 실험적 추정값(estimate)으로 표기됨.
[5]: Lam, C. S., Ramanathan, S., Carbery, M., et al. (2018). A Comprehensive Analysis of Plastics and Microplastic Legislation Worldwide. Water, Air, & Soil Pollution, 229(12), 1–19. https://doi.org/10.1007/s11270-018-4052-z — PLA의 해양 vs 퇴비화 시설 분해 속도 비교 데이터.
[6]: Royer, S. J., Ferrón, S., Wilson, S. T., & Karl, D. M. (2018). Production of methane and ethylene from plastic in the environment. PLOS ONE, 13(8), e0200574.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00574 — 해양 표면(UV 노출)과 내부(UV 차단) 조건 분해 속도 비교; UV 노출이 분해 가스 생성을 수십 배 가속.
[7]: Thompson, R. C., Olsen, Y., Mitchell, R. P., et al. (2004). Lost at Sea: Where Is All the Plastic? Science, 304(5672), 838. https://doi.org/10.1126/science.1094559 — “microplastics” 용어 최초 정의 및 5 mm 이하 기준.
[8]: PlasticsEurope (2022). Plastics – the Facts 2022: An Analysis of European Plastics Production, Demand and Waste Data. https://plasticseurope.org/knowledge-hub/plastics-the-facts-2022/ — 폴리머별 물성 데이터; 완전 생분해(mineralization)에 대한 정량적 기준치는 현재 없다고 명시.
[9]: Geyer, R., Jambeck, J. R., & Law, K. L. (2017). Production, use, and fate of all plastics ever made. Science Advances, 3(7), e1700782. https://doi.org/10.1126/sciadv.1700782 —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폐기 누적 통계; 폴리머 종류별 환경 체류 특성.
[10]: Andrady, A. L., & Neal, M. A. (2009). Applications and societal benefits of plastics.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364(1526), 1977–1984. https://doi.org/10.1098/rstb.2008.0304 — 폴리머 종류별 광산화(photo-oxidation) 속도 및 환경 의존성.
[11]: Jambeck, J. R., Geyer, R., Wilcox, C., et al. (2015). Plastic waste inputs from land into the ocean. Science, 347(6223), 768–771. https://doi.org/10.1126/science.1260352 — 육상 기원 해양 플라스틱 규모 추정; 환경별 체류 및 분해 특성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