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만 년 전,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제벨 이르후드 고원에 한 인간이 서 있었습니다. 이마가 낮고 두개골 뒤쪽이 평평했지만, 얼굴 생김새는 오늘날 우리와 거의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인류학자 장-자크 위블랭(Jean-Jacques Hublin) 팀이 2017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화석의 연대는 약 300,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1] 이 사람이 해부학적 현생 인류(Homo sapiens)의 가장 오래된 증거입니다.
그로부터 300,000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어갔을까요?
미국 인구조사국 산하 인구조사연구소(PRB)가 2022년 기준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의 수는 약 1,170억 명입니다.[2] 그 중 현재 생존해 있는 80억 명을 빼면, 이미 세상을 떠난 인류는 약 1,090억 명입니다.
1,090억.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잠깐 생각해 봅시다. 현재 지구 전체 인구(80억 명)의 약 14배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인류가 손을 맞잡아 일렬로 서면 지구를 200바퀴 돌 수 있는 숫자가 살다 가고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1,090억 명이 모두 천국에 간다면, 천국은 얼마나 커야 할까요?
이 글은 수학적 사고 실험(산수 놀이)이며, 특정 종교의 교리를 지지하거나 반박하지 않습니다. 천국의 실재 여부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INPUT
변수 1: 역사적 누적 사망자
PRB의 계산 방식은 이렇습니다.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기 시작한 기준 시점과 당시 인구, 그리고 각 시대별 천 명당 출생률을 곱해 누적 출생자를 추산합니다. PRB가 사용하는 계산 기준 시점은 기원전 190,000년(약 19만 년 전)이며, 당시 세계 인구를 2명으로 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2] 학문적으로 인정되는 해부학적 현생 인류의 출현(약 30만 년 전)보다는 보수적인 기준점이지만, 최초 인구 밀도가 극히 낮아 기준점의 차이가 총 누적 인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이 글은 PRB의 2022년 기준 단일값 명을 채택합니다. PRB 자체적으로도 인정하듯 불확도는 상당하지만(±10~20% 수준), 1인당 면적 의 불확도가 수 오더에 달해 의 불확도는 결과에 영향이 없습니다.[2]
기준 자세: 중심값.
변수 2: 천국 입장 비율
천국에 가는 사람의 비율은 신학에서도 합의가 없습니다. 이 글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나란히 놓습니다.
- : 만인구원론(universalism). 결국 모든 인간이 구원받는다는 입장입니다.
- : 전 세계 기독교 인구 비율(약 31–33%)을 천국 입장 기준으로 삼은 추정입니다. Pew Research Center의 세계 기독교 인구 조사를 참고했습니다.[3]
- : 특정 신앙을 엄격하게 해석할 때의 극단적 선별론입니다.
어떤 종교의 천국인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천국(heaven)'이라는 단어 자체는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선명하지만, 사후세계 개념은 결코 기독교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슬람교는 정원으로 묘사되는 낙원 잔나(Jannah)를 명시적으로 가르치며,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4을 차지하는 두 번째로 큰 종교입니다.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를 합한 아브라함 계열 신앙만으로도 현재 인류의 절반을 넘습니다.[12] 그러니 위 은 '천국에 사후세계가 있는 유일한 종교’를 고른 값이 아니라, 단지 가장 큰 단일 종교의 현재 인구 비율을 골라 본 한 예시일 뿐입니다.
다만 모든 전통이 '영혼이 한 장소에 누적된다’는 그림을 공유하지는 않습니다. 힌두교와 불교는 천국 같은 영구 거주지 대신 윤회(輪廻)를 가르칩니다. 영혼은 한 곳에 쌓이는 대신 다시 태어나거나(reincarnation), 해탈(moksha)·열반(nirvana)을 통해 개별성 자체가 소멸합니다. 이 모델에서는 애초에 '천국 인구를 센다’는 발상이 성립하지 않습니다.[12]
그래서 입장 비율 는 '어느 종교가 옳은가’를 묻는 변수가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입장 기준을 택하는가’를 묻는 변수입니다. 모든 전통의 의인이 각자의 사후세계에 자리를 얻는다고 보면 는 1에 가까워지고, 단 하나의 신앙을 가진 사람만 들어간다고 보면 — 인류 역사 대부분이 그 신앙이 생기기 전에 살다 갔으므로 — 는 훨씬 작아집니다.
본문 중심값: (가장 보수적으로 천국을 크게 잡는 경우).
변수 3: 영혼 1인당 점유 면적
이 변수가 이 계산 전체에서 가장 결정적입니다. 신학도, 물리학도 이 값을 정해 주지 않습니다. 가능한 범위를 물리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면적 | 기준 |
|---|---|
| A4 용지(약 0.0624 m²)보다 작음 | |
| 사람이 서 있는 발자국 면적 | |
| 주차 1칸 | |
| 한국 원룸 평균[4] | |
| 일반 아파트 거실 포함 | |
| 도시 블록 수준 |
기준 자세: 원룸()은 "혼자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중심 추정입니다.
변수 4 (보조): 요한계시록 새 예루살렘 치수
요한계시록 21장 16절은 천국의 도성인 새 예루살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 성은 네모가 반듯하여 길이와 너비가 같더라 … 만 이천 스타디온이라.”[5]
1 스타디온(stadion)은 고대 그리스 단위로, 학술적 합의는 약 178–192 m 범위이며 아티카 스타디온 기준 185 m가 가장 널리 인용됩니다.[6]
한 변 2,220 km는 서울에서 홍콩까지의 직선 거리와 비슷합니다.
요한계시록은 이 구조물을 “높이와 너비와 길이가 같다”, 즉 정육면체로 묘사합니다.[5] 이 부분은 [FORMULA] 끝에서 별도로 다룹니다.
변수 5 (비교 기준): 지구 규모
FORMULA
1단계: 천국 필요 면적 기본 식
영혼 수 × 1인당 면적 = 천국 총 면적으로 정의합니다. m² 단위를 km²로 환산하면:
- 명
- = 입장 비율 (시나리오별)
- = 1인당 면적 (m²)
2단계: 중심값 대입 (, )
지구 표면 대비 배율:
지구 육지 대비 배율:
새 예루살렘 한 면 대비 배율:
보편 구원에 1인당 원룸(100 m²)을 배분하면, 천국은 새 예루살렘 한 면보다 약 2.2배 넓어야 합니다.
3단계: 시나리오 3종 비교표
고정, 입장 비율만 변경:
| 시나리오 | 천국 면적 (km²) | 지구 표면 대비 | 새 예루살렘 한 면 대비 | |
|---|---|---|---|---|
| 보편 구원 | 1.00 | 2.1% | 2.21배 | |
| 기독교 인구 비율 | 0.33 | 0.71% | 0.73배 | |
| 엄격 선별 | 0.10 | 0.21% | 0.22배 |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기독교 인구 비율()에서는 새 예루살렘 한 면이 오히려 더 넓습니다. 즉 요한계시록이 묘사한 도성의 한 면만으로도 전 인류의 33%를 1인당 100 m²씩 수용할 수 있습니다.
4단계: 새 예루살렘 역산 — “생각보다 빡빡하다”
새 예루살렘 한 면()이 바로 천국 전체라고 가정할 때, 모든 인류()를 수용하면 1인당 면적은 얼마일까요?
45 m². 한국 원룸 평균(33 m²)보다는 넓고, 표준 아파트 방 2칸 수준입니다. 불편하진 않지만 여유롭지도 않습니다.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은 생각보다 빡빡합니다.
반대로 (10% 입장)으로 줄이면:
선별이 강해질수록 천국은 넓어집니다. 천국의 여유로움은, 누구를 들여보내지 않느냐로 결정됩니다.
5단계: 정육면체 보조 검산
요한계시록 21:16의 정육면체 묘사를 그대로 따르면, 새 예루살렘은 입체 구조물입니다.
는 지구 전체 부피()[7]의 약 1%에 해당합니다. 정육면체로 해석해도 달 부피()[11]의 약 절반에 달하는 구조물입니다. 3D로 활용할 경우 수용 가능한 층 수가 수천 배로 늘어나므로, 1인당 공간 문제는 사실상 사라집니다.
6단계: 동물을 포함하면?
여기서 계산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반려견·반려묘도 천국에 간다면 어떨까요? Bar-On et al. 2018의 PNAS 논문은 현재 지구상 존재하는 생물의 바이오매스(생물이 보유한 유기물 총량) 분포를 추정합니다.[8] 이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 지구상 동물 개체 수를 개략적으로 추정하면, 곤충만 해도 약 마리에 달합니다. 이를 지구 역사 전체로 누적하면 동물 총 개체 수 은 개략적으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불확도 2 오더)[8]
인류 누적 수()와 비교하면 은 9 오더(10의 지수 9단계, 즉 10억 배)나 큽니다. 동물을 포함하는 순간 인간의 기여는 반올림 오차 수준으로 사라집니다.
, , 으로 계산하면:
지구 표면()의 약 배, 즉 2,000만 배입니다. 동물 한 종을 추가하는 순간, 천국은 태양계를 통째로 집어삼킬 크기가 됩니다.
OUTPUT
중심값(, ) 기준으로 천국에 필요한 면적은 약 , 지구 표면의 2.1%입니다. 지구 2~3개면 인류 전체를 넉넉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계산의 첫 번째 반직관입니다. 300,000년치 인류가 모두 모여도, 1인당 원룸 하나씩 주고도 지구 표면의 97.9%는 비어 있습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상상하는 "인류의 총합"은 우주적 스케일에서 보면 놀라울 만큼 작습니다.
두 번째 반직관은 새 예루살렘입니다. 요한계시록이 묘사한 도성의 한 면만으로 전 인류를 1인당 45 m²씩 수용할 수 있습니다. 비좁지 않습니다. 입장자를 10%로 줄이면 1인당 452 m²로 늘어납니다. 천국의 여유로움은 신학적 선별 기준이 결정합니다. 면적이 아니라 입장 기준이 핵심입니다.
세 번째 반직관, 그리고 아마도 가장 날카로운 반전은 동물입니다. 반려동물 한 마리도 포함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천국은 수천만 배 커져야 합니다. 인간 1,090억 명은 그저 반올림 오차로 사라집니다. 천국의 크기 문제는 사실 인간의 숫자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선을 긋느냐의 문제입니다.

결론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답은 당신이 1인당 얼마를 배분하고, 누구를 들여보내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면, 이 계산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1]: Hublin, J.-J. et al. (2017). “New fossils from Jebel Irhoud, Morocco and the pan-African origin of Homo sapiens.” Nature, 546, 289–292.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2336
[2]: Population Reference Bureau (PRB). (2022). “How Many People Have Ever Lived on Earth?” https://www.prb.org/news/how-many-people-have-ever-lived-on-earth/ (누적 출생 약 1,170억 명, 현 생존자 약 80억 명, 계산 기준 시점 BC 190,000년)
[3]: Pew Research Center. (2011). “Global Christianity: A Report on the Size and Distribution of the World’s Christian Population.” https://www.pewresearch.org/religion/2011/12/19/global-christianity-exec/ (세계 기독교 인구 약 31–33%)
[4]: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2022). 1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 약 33 m². https://www.molit.go.kr/
[5]: 대한성서공회, 개역개정판 요한계시록 21:16–17. “그 성은 네모가 반듯하여 길이와 너비가 같더라 그 갈대로 그 성을 측량하니 만 이천 스다디온이요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같더라.” https://www.bskorea.or.kr/
[6]: Wikipedia contributors. “Stadion (unit).”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tadion_(unit) (아티카 스타디온 기준 185 m, 학술 범위 178–192 m)
[7]: NASA Science. “Earth Facts.” https://science.nasa.gov/earth/facts/ (지구 표면적 5.10×10⁸ km², 육지 면적 1.49×10⁸ km², 지구 부피 1.08×10¹² km³)
[8]: Bar-On, Y. M., Phillips, R., & Milo, R. (2018). “The biomass distribution on Earth.” PNAS, 115(25), 6506–6511. https://www.pnas.org/doi/10.1073/pnas.1711842115 (현존 동물 바이오매스 분포 추정; 곤충 현재 개체 수 ~10¹⁹마리 추정. 역사적 누적 개체 수 추정은 현재 개체 수 × 평균 세대 수로 개략 추정한 것이며 불확도 2 오더)
[9]: Revelation 21:16 stadion calculation: ; ; . 스타디온 불확도(±10%) 반영 시 면적은 범위. 주요 결론에 영향 없음.
[10]: PRB 계산 방법론: “The estimate, however, does not depend on the number of deaths during any period of time.” 현 생존자(약 8×10⁹명)를 총 누적 출생(1.17×10¹¹명)에서 뺀 값이 누적 사망자 추정치. PRB 2022 원문 참고.
[11]: NASA Science. “Moon Facts.” https://science.nasa.gov/moon/facts/ (달 부피 2.1958×10¹⁰ km³; 여기서는 반올림하여 2.2×10¹⁰ km³ 사용)
[12]: Pew Research Center. (2015). “The Future of World Religions: Population Growth Projections, 2010–2050.” https://www.pewresearch.org/religion/2015/04/02/religious-projections-2010-2050/ (2010년 기준 기독교 31.4%, 이슬람교 23.2%, 무종교 16.4%, 힌두교 15.0%, 불교 7.1% — 아브라함 계열 합계 약 55%). 윤회·해탈·열반은 힌두교·불교의 핵심 교리로, 영혼이 단일 장소에 누적된다는 아브라함 계열의 사후세계 모델과 구조적으로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