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말합니다. “우리 만난 건 운명이야.” 그 말을 수학으로 번역하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요?
지금까지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는 약 1,170억 명입니다.[1] 그 중 지금도 살아 있는 82억 명을 빼면, 이미 세상을 떠난 인류는 약 1,090억 명입니다. "운명"이 저 1,090억 명 중 특정 한 사람을 당신의 배우자로 점지해 둔 거라면, 그 확률부터 계산해 봅시다.
그런데 계산을 마치고 나면 이야기가 두 방향으로 갈라집니다. 한 방향은 거의 불가능한 숫자이고, 다른 방향은 놀랍도록 희망적인 숫자입니다. 어느 쪽이 더 위안이 되는지는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이 계산은 수학적 사고 실험이며, 특정 세계관이나 종교의 운명론을 지지하거나 반박하지 않습니다. "운명이 있다/없다"를 단정짓지 않습니다. 가정을 바꾸면 결론도 바뀌므로, 결론보다 가정을 음미해 주세요.

INPUT
갈래 1 — 역사적 관점: 누적 인류 중 한 사람을 만날 확률
변수 1: 역사적 누적 사망자 수
미국 인구조사연구소(PRB)가 2022년 업데이트한 계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에서 태어난 인류의 총수는 약 1,170억 명입니다.[1] 현재 생존 인구(약 82억 명, UN DESA 2024)를[2] 빼면 이미 사망한 인류는 약 1,090억 명입니다. PRB는 기원전 190,000년(약 19만 년 전)을 기산점으로 삼으며, 당시 세계 인구를 2명에서 출발시킵니다. 해부학적 현생 인류(약 30만 년 전 출현)보다 보수적 기준이지만, 초기 인구 밀도가 극히 낮아 총 누적 인구에 대한 영향은 미미합니다.
이 글과 how-big-is-heaven 글은 동일한 PRB 출처, 동일한 수치를 사용합니다.
기준 자세: 중심값.
갈래 2 — 현실적 관점: 평생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의 기댓값
변수 2: 접근 가능한 이성 인구
각 필터의 중심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명: UN DESA 세계 인구 전망 2024년판 기준.[2]
- : 이성 비율. UN 성비 통계(세계 출생 성비 약 105:100)를 반올림한 값으로, 동성 지향성을 가진 경우에는 이 값과 다를 수 있습니다.
- : 나의 연령대(±10세) 해당 인구 비율. UN 2024 인구 피라미드에서 25~45세 구간이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합니다.[2] 더 좁은 기준(±5세)을 적용하면 약 13%로 내려갑니다. 기준 자세: 중심값(±10세 기준).
- : 지리적 접근 가능성. 한국 인구(약 5,200만 명) / 세계 인구(82억 명) ≈ 0.006으로, "국내 한국인 이성"을 기본 범위로 잡은 값입니다.[3] 동아시아 권역으로 넓히면 0.30 수준, 온라인을 포함한 글로벌 기준으로는 1.0까지 열립니다.
기준 자세: 국내 기준 보수~중심값. 슬라이더로 조정 가능.
변수 3: 평생 실제로 만나는 사람 수
이 변수가 이 계산에서 두 번째로 민감한 가정입니다. "만남"의 정의에 따라 수십 배 차이가 납니다.
- 150명: 던바 수(Dunbar’s number). 영국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 1992)가 영장류 신피질 크기와 사회 집단 크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제시한 인간의 안정적 사회망 상한선입니다.[4] Hill & Dunbar(2003)가 실제 측정한 값은 153.5명입니다.[5] 이것이 “진짜 알고 지내는” 수의 상한선입니다. 기준 자세: 보수적 하한.
- 1,500명: 얼굴과 이름을 아는 수준의 지인. 직장·학교·동네 등을 합산한 추정치.
- 10,000명: 평생 단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눈 수준. 사회학적 추정 중심값으로, 이 글의 기본값입니다. 기준 자세: 중심값.
- 80,000명: SNS·소개팅 앱·온라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광의의 “접촉”. 기준 자세: 공격적 상한.
변수 4: 궁합 필터
이 계산 전체에서 가장 민감하고, 동시에 학술 근거가 가장 빈약한 변수입니다. 외모·성격·가치관·생활 방식·유머 코드까지 종합적으로 “나와 맞는” 사람의 비율을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가는 심리학에서도 아직 합의된 공식이 없습니다.[6] 이 글은 1%(100명 중 1명)를 중심값으로 삼되, 독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슬라이더를 제공합니다. 결과가 이 값에 선형으로 비례하므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값을 넣어 보는 것이 이 계산의 진짜 목적입니다.
| 해석 | 평생 기댓값 () | |
|---|---|---|
| 0.001 (0.1%) | 매우 까다로운 기준 | 5명 |
| 0.01 (1%) | 중심값 | 50명 |
| 0.10 (10%) | 너그러운 기준 | 500명 |
기준 자세: 중심값, 학술 근거 없음 — 독자 설정 권장.
변수 5: 가용(미혼) 비율
통계청 2023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20~44세 한국인 성인 중 미혼 또는 이혼·사별 후 재혼 미경험자의 비율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 이성 인구 전반에서 "현재 연애·결혼 가능한 상태"를 거칠게 추산하면 약 절반 수준입니다.[3] 이 값도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준 자세: 중심값.
FORMULA
갈래 1: 역사적 확률 — 특정 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
"운명의 상대"가 딱 한 명이고, 그 한 명이 지금까지 살았던 1,090억 명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특정 1인이 내 배우자일 선험적 확률 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대입하면:
이 숫자를 현실에 비교해 봅시다. 한국 로또 1등은 45개 번호 중 6개를 순서 없이 맞추는 조합 게임입니다. 그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7]
두 확률의 비율:
즉, 는 로또 1등 확률보다 약 13,400배 낮습니다. 로또에 당첨되기도 어려운데, 그 당첨보다도 13,400배 희박한 확률로 "딱 한 명"이 정해진다면 — 이것이 갈래 1의 결론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운명의 사람"이 역사상 살았던 모든 사람 중에 단 하나라는 가정입니다. 이 전제를 조금만 바꾸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갈래 2: 현실적 기댓값 — 평생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단계 1: 접근 가능한 후보 풀 계산
국내 이성 인구 중 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은 약 620만 명입니다. 서울 인구(약 950만 명)의 3분의 2 정도 되는 규모입니다.
단계 2: 이 풀 안에서 “나와 맞는” 후보 수
궁합이 1%이고 절반이 가용 상태라면, 국내에만 약 3만 명의 잠재 후보가 있다는 계산입니다.
단계 3: 평생 그 후보를 만날 기댓값
가 이미 이성·나이·지역 필터를 내포한 "실제 접촉한 사람들"의 추정치라는 가정 하에, 단순화된 기댓값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심 시나리오(국내 기준, 평생 1만 명 만남, 궁합 1%, 가용률 50%)에서 평생 약 50명의 잠재 배우자 후보를 만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차원 a: 던바 수(150명) 안의 기댓값 — 진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만약 "운명의 사람"이 내가 깊이 알고 지내는 150명 안에서만 나와야 한다면 어떨까요?
가장 친밀한 사회망 150명 안에 궁합 맞는 이성이 있을 기댓값은 0.75명, 즉 네 명 중 세 명은 그 안에서 못 만납니다. 던바(1992)가 신피질 크기를 기반으로 도출하고[4] Hill & Dunbar(2003)가 실측으로 확인한[5] 이 상한선은, 우리가 깊이 알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의 수 자체가 유한하다는 인류학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운명이 “진짜 아는 사람” 범위에 제한된다면, 평생 운을 빌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차원 b: 온라인 만남이 바꾼 풀
스탠퍼드 대학의 ‘How Couples Meet and Stay Together(HCMST)’ 연구(Rosenfeld, Thomas, Hausen)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처음 만난 미국 커플의 비율은 2009년 약 22%에서 2017년 약 39%로 증가했습니다.[8] 한국에서도 소개팅 앱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9] 를 "국내(0.006)"에서 “동아시아 권역(0.30)” 또는 "글로벌(1.0)"로 넓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직관적인 계산이 등장합니다. 를 글로벌로 넓히면 은 620만 명에서 10억 명 이상으로 폭증하지만, 는 에 의해 상한이 결정됩니다. 즉, 아무리 풀이 넓어도 평생 실제로 깊이 만나는 사람의 수가 병목이 됩니다.
기댓값은 동일합니다. 온라인이 바꾸는 것은 "평생 기댓값"이 아니라 “세계 어딘가에 있는 후보의 절대 수”()입니다. 풀을 넓히면 못 만나는 후보가 더 많이 생길 뿐입니다.
차원 c: 역산 — 세계 어딘가에 나와 맞는 사람이 몇 명인가?
를 제외하고, 지리 제한 없이 세계 이성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계산해 봅니다.
전 세계 어딘가에 나와 궁합이 맞는 사람은 약 510만 명입니다. 서울 인구(약 950만 명)의 절반 이상입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합니다.
"운명의 상대"는 한 명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확률이 아니라 반경(radius of opportunity)입니다.
시나리오 비교표
, , 고정.
| 시나리오 | 평생 기댓값 | 해석 | |
|---|---|---|---|
| 까다로운 기준 | 0.001 (0.1%) | 5명 | 아주 운이 좋아야 만남 |
| 중심값 | 0.01 (1%) | 50명 | 수십 번의 기회 |
| 너그러운 기준 | 0.10 (10%) | 500명 | 운명이 꽤 흔함 |
믿음/사후 확정: "적어도 한 명"을 만날 확률
갈래 1과 갈래 2의 결론이 극단적으로 다른 이유는, 질문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갈래 1의 질문: “특정 한 사람이 내 운명일 확률은?” → 거의 0.
- 갈래 2의 질문: “내 기준에 맞는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을 만날 확률은?”
두 번째 질문의 확률을 이항 확률 공식으로 계산해 봅니다. 평생 명을 만나고, 각 만남에서 "궁합 맞고 가용"인 확률이 이라면:
중심값 대입: ,
지수 근사( 법칙):
거의 확실히 한 명 이상을 만납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내 운명"이라는 느낌은 천문학적 희귀함의 결과가 아닙니다. 평생 만남 안에서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거의 필연입니다. 그 중 한 명을 선택한 뒤에야 "이 사람이 운명이었다"고 명명하는 사후 확정(post-hoc confirmation)이 일어납니다.
OUTPUT
갈래 1의 결론은 간결합니다. 역사 속 특정 한 사람이 당신의 배우자일 확률은 약 , 로또 1등보다 약 13,400배 낮습니다. 우주가 딱 한 명을 지목해 두었다는 시나리오는, 수학적으로는 가장 낭만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혹한 설정입니다.
갈래 2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특정 1인"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는 사람 중 누구라도"로 질문을 바꾸면, 평생 기댓값은 약 50명, 세계 어딘가에 있는 후보는 약 510만 명,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을 만날 확률은 소수점 22자리 밑에나 오차가 생기는 1.000입니다. 운명이 희귀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도록 흔할 수 있습니다.
던바 수의 반직관도 짚어 둡니다. 나와 가장 깊이 알고 지내는 150명 안에 궁합 맞는 이성(1% 기준)이 있을 기댓값은 0.75명입니다. 친밀한 집단만으로 운명을 기다리는 건 4명 중 3명은 놓치는 전략입니다.
세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결론이 드러납니다. 선험적으로(만나기 전에) 특정 인물이 운명일 확률은 0에 가깝지만, 사후적으로(만난 뒤에) 누군가를 운명으로 명명하는 것은 거의 필연입니다. 운명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 선택하고 난 뒤에 붙이는 이름일 수 있습니다.
"운명이 있다/없다"에 대한 답은 이 계산이 내리지 않습니다. 그 판단은 독자의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510만 명이 있는데 못 만나는 이유는 확률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경의 문제입니다.
참고문헌
[1]: Population Reference Bureau (PRB). (2022). “How Many People Have Ever Lived on Earth?” https://www.prb.org/news/how-many-people-have-ever-lived-on-earth/ (누적 출생 약 1,170억 명, 계산 기준 시점 BC 190,000년. 이 글은 현 생존 인구 82억 명을 차감한 사망자 1,090억 명을 갈래 1의 분모로 사용.)
[2]: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Population Division. (2024).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 https://population.un.org/wpp/ (총인구 82억 명, 연령별 인구 구성, 성비 데이터. 25~45세 구간 전체 인구의 약 25% 추정 기반.)
[3]: 통계청. (2023). 「2023년 혼인·이혼 통계」. https://kostat.go.kr/ (한국 총인구 약 5,200만 명, 연령대별 혼인율 및 미혼 비율. 은 20~44세 성인 중 가용 상태 비율의 개략 추정.)
[4]: Dunbar, R. I. M. (1992). “Neocortex size as a constraint on group size in primates.” Journal of Human Evolution, 22(6), 469–493. https://doi.org/10.1016/0047-2484(92)90081-J (영장류 신피질 비율과 사회 집단 규모의 상관관계. 인간 기준 추정 집단 상한 약 150명.)
[5]: Hill, R. A., & Dunbar, R. I. M. (2003). “Social network size in humans.” Human Nature, 14(1), 53–72. https://doi.org/10.1007/s12110-003-1016-y (실측 평균 153.5명. 이 글에서 ‘던바 수’ 기준값으로 150명 사용.)
[6]: 궁합·매력 필터 비율 에 대한 직접적 학술 합의는 없음. 관련 참고: Sprecher, S., & Regan, P. C. (2002). “Liking some things (in some people) more than others: Partner preferences in romantic relationships and friendships.”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19(4), 463–481. https://doi.org/10.1177/0265407502019004048 (매력·유사성 기반 배우자 선택 연구. 수치를 직접 제공하지는 않음. 이 글의 1%는 독자 설정을 위한 임의 중심값.)
[7]: 동행복권. 「로또 6/45 당첨 확률」. https://www.dhlottery.co.kr/ (. 1등 확률 .)
[8]: Rosenfeld, M. J., Thomas, R. J., & Hausen, S. (2019). “Disintermediating your friends: How online dating in the United States displaces other ways of meet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6(36), 17753–17758. https://doi.org/10.1073/pnas.1908630116 (HCMST 연구. 미국 커플 기준 온라인 첫 만남 비율 2009년 22%, 2017년 39%.)
[9]: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2023). 「2023 인터넷이용실태조사」. https://www.kisa.or.kr/ (온라인 소셜·매칭 서비스 이용률 참고. 국내 소개팅 앱 사용자 수 증가 추세 맥락.)
[10]: UN DESA. (2024).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 Summary of Results.” https://population.un.org/wpp/ (한국 인구 약 5,175만 명, 세계 총인구 대비 비율 약 0.63%. 이 글에서는 의 기반으로 사용.)
[11]: 이항 확률 근사. . , 일 때 . 표준 확률론 교재 참조: Ross, S. M. (2014). A First Course in Probability (9th ed.). Pearson.
[12]: Pew Research Center. (2015). “The Future of World Religions: Population Growth Projections, 2010–2050.” https://www.pewresearch.org/religion/2015/04/02/religious-projections-2010-2050/ (세계 종교 인구 비율 및 성장 전망. 아브라함 계열 3대 종교 합산 약 55% 이상.)